2021년 9월 28일 화요일

(독서) 무기여 잘 있어라; A Farewell to Arms by 어니스트 헤밍웨이(E. Hemingway) / 김욱동 역

<무기여 잘 있어라; A Farewell to Arms>
by 헤밍웨이(E. Hemingway) 저 / 김욱동 역

 전쟁은 사랑을 파괴한다. 삶도 사랑을 파괴한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단독 강화조약(ch.34 p.288)"을 맺은 프레더릭 헨리는 연인 캐서린 바클리를 떠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다. 
나는 생각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음식을 먹도록 태어났다. 정말 그렇다. 먹고 마시고 캐서린과 잠을 자도록 만들어졌다.(ch.32 p.279)
 후퇴 대열로부터 뒤처진 장교들을 향해 구차한 형식(탈영)을 빌미로 자신들의 정의를 행하는 헌병들의 손(전쟁)에서 벗어난 프레더릭 헨린는 자신의 사랑과 미래를 위해 삶과도 조약을 맺기를 바랐을 것이다. 강물에 흠뻑 젖은 그는 마침내 전쟁을 벗어났다고 믿었고, 캐서린과 다시 만났다. 이 헛된 희망을 향해 그녀와 함께 밤새 노를 저어 아는 이 없는 곳에 다다른 그와 그녀는 여전히 삶의 한 가운데 있었다. 
 새 생명을 세상에 내놓으려 했지만, 자신의 죽음을 마주한 채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는 캐서린은 헨리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하던 일을 다른 여자하고 똑같이 하지 않을 거죠? 우리가 하던 말을 다른 여자하고 똑같이 나누지 않을 거죠?"
"물론 안 하고 말고."
"하지만 당신에게 여자가 생겼으면 해요."
"난 그런거 필요 없어."                                                             (ch.41 p.391)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전사하지 않으리라 확신한 전쟁(ch.7 p.43) 속에서 그는 다른 이들의 허무한 죽음을 목격했다. 죽음은 그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전쟁터를 벗어난 삶 또한 언제나 죽음 곁에 있었음을, 삶이 곧 죽음으로의 여정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을 마주한다.
그러나 간호사들을 내보내고 문을 닫고 전등을 꺼도 소용이 없었다. 마치 조상(a statue)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나는 병실 밖으로 나와 병원을 뒤로 한 채 비를 맞으며 호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ch.41 p.393)
새 생명이 빛을 잃고, 연인의 숨결이 잦아들었다. 삶이 사랑을 파괴한 순간 그는 그저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삶 속에 새로운 사랑이 있기를 바란 캐서린을 뒤로 한 채. 삶은 흘러가는 것이기에 발걸음을 옮긴다.

(짧은 감상)
  • 관념을 내세우지 않는 간결한 문체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문학 작품이 있지만, 이처럼 소박하고 단순한 구성으로 인간 삶의 심층을 드러내 보인 작품은 드물 것이다.
  • 지도를 옆에 두고 책 속에 등장하는 배경들을 찾으며 읽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이어지는 호수는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다.
  • 종종 등장하는 오탈자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대부분 매끄럽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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