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7일 수요일

승리에 관한 그녀의 말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Y: "아빠. 앞에 내가 아는 애야."

M: "같은 반이야?"

Y: "옆 반인데, 놀이터에서 다 같이 놀아. 그런데 우리가 더 빨리 가자."

M: "더 빨리 가자고?"

Y: "나는 다 이기고 싶어"

2017년 9월 18일 월요일

New York City 4: Coffee Street

La Colombe, Bryant Park, New York

뉴욕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질 수록 사라져 간 풍경들이 기억난다. - 지금 바로 떠올려 보자면, 14가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 Park) 건너편의 신발가게, 뉴 스쿨(New School) 옆 일본인 아저씨의 파니니 가게, 워싱턴 스퀘어 공원(Washington Square Park)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던 가방가게 등이 생각난다. - 그리고 사라진 것들의 자리를 다시 채우고 있는, 새로이 생겨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빈 자리에 들어서는 것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커피 가게 또 생기네.'

이 좁은 섬 마을에 카페는 차고도 넘친다. 그래도 또 생긴다. 평소에는 동네 또는 학교 근처의 단골 카페만 찾기 때문에, 뉴욕의 새로운 커피나 요즘 인기가 많은 카페 등에 관한 정보는 부족하다. 브라이언트 공원 근처의 <La Colombe>라는 카페도 올 여름에 처음 가봤다. 그들은 신기한 커피를 선보인다. 그 이름은 Draft Latte! 맥주를 따르는 기계에서 맥주 대신 커피가 나온다. <A Little Taste>라는 곳에서는 차가운 라떼를 주문하면 칵테일 처럼 마구 흔들어서 거품과 함께 내어 주기도 한다. <Stumptown>의 형들은 매우 마른 몸매에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Oren's>에는 항상 멋진 머그컵들이 있다. 커피의 맛, 커피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의 몸짓, 공간의 분위기,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들 모두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공유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는 지금 커피를 마신다!'

출근길 작은 카페 문 밖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늦은 아침 느긋하게 한 쪽 손에는 초콜렛 크로아상을, 다른 한 쪽에는 커피를 들고 카페를 나서는 사람들. 카페에서 정신없이 기말 페이퍼를 쓰고 있는 학생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연인들. 주말 아침 아이와 함께 카페를 찾은 아빠들.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의 '지금'이라는 시간, 그 안에는 많은 것들이 녹아든다. 사람들은 커피 한잔이 지닌 시큼하고, 씁쓸하고, 달콤한, 그 시간을 공유한다.

나는 혼자 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보는 일이 좋다. 그들의 시간을 훔쳐보는 일이 곧 나의 시간을 들춰보는 일이 된다. - 이건 달콤하고, 또 시큼하다. 그리고 사라져간 것들의 빈자리에 세련된 모습의 새로운 커피 가게가 들어서는 모습도 본다. - 이건 참 씁쓸하다.

뉴욕은 시큼하고, 씁쓸하고, 달콤하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