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0일 금요일

형이상학적 확신


-형이상학적 확신-

앞마당에 가지가 열렸다
짙고 매끈한 보라색 민낯이
가느다란 대 아래로
출렁이며 매달려 있다

여름 날
너의 삶이
그리도 짙게 익었다

넘겨받은 생을
살아내는 일이
아마도
이런 것이다

이제껏 
덜어 낸다 했지만
도리없이 익어가는 일

매끈한 네 몸둥이가
너의 삶이 아니 듯
자라난 마당을
구차스레
고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여린 목구멍에
햇살 한 움큼을 욱여넣 듯
속절없이 그 속은
뜨겁고 끈적해져 간다

2018년 7월 10일 화요일

그와 그녀의 마지막 봄학기

그와 그녀의 마지막 봄학기는 어땠을까?

서로를 만나 조금씩 알아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오랜 시간을 부부로 함께 살아온 그와 그녀의 마지막 봄학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계속 공부를 하였고, 그녀는 지금껏 그가 쓴 모든 글을 읽어주었다. 심지어 그의 박사학위 논문 타이핑을 도와주기도 했으니, 그가 지나온 학문의 여정에는 그녀도 항상 함께 있었다.

그와 그녀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마지막 봄학기의 풍경은 분명 아름다웠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