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1일 화요일

한국은 덥군요.

1. 한국에 왔다. 덥고 습하다. 부모님이 아이들을 반겨주신다.

2. 많은 이들이 보고 싶지만, 가족들, 특히 양가 부모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목표다.

3. 다시는 Air Canada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예매 이후 반복되는 일정 변경. 토론토 공항 1시간 30분 환승 타임, 뉴욕에서 1시간 연착, 환승을 위해 죽도록 뛰었다. 뉴욕에서 캐나다 갈 때나 타야겠다.

4. 긴 비행 시간이 힘들었지만, 도착 후 집을 둘러보니 피곤함이 가신다.

5. 할 일이 많다. 우선 PCR 검사를 3일 이내에 받아야 한다. 은행 계좌 정리와 전화 번호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온라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전화번호가 필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6. 시차 적응에 실패했다. Y와 J는 현지 시각 오전 4:30 <Home Alone 2>를 감상 중이다. 

7. 한국에는 터널이 많다.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여행을 다니며 터널을 지난 적이 없는 듯 하다.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독서) 채털리 부인의 연인; Lady Chatterley's Lover by D.H. 로렌스(D.H.Lawrence) / 이인규 역

<채털리 부인의 연인> by D.H.로렌스 / 이인규 역

<채털리 부인의 연인> by D.H.로렌스 / 이인규 역

   탄광 산업도 조금씩 쇠퇴해가는 시대,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영국 전역을 뒤덮었다.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굉음을 내뿜는 마을, 탄광에서 나와 허물어져 가는 잿빛 마을로 향하는 인부들, 그 인부들의 지친 발걸음 만큼이나 생기 잃은 여인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세당한 인간들이 스스로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그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콘스턴스(코니), 클리퍼드, 맬러즈. 그들이 사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p.1) 많은 이들은 시대의 비극 속 깊숙이 가라앉았고, 어떤 이들은 자기 안위에 머물며 이 비극적 시대를 외면하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비극적인 시대 속에서도 삶의 생명력을 품어내려 발버둥 친다.
  
  1차 세계대전에서 다리를 잃은 클리퍼드는 라그비의 대저택 안에 움츠러들었다. 자신의 지위를 재확인하는 탄광 사업만이 그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증표다. 그래서 그는 집착한다. 자신이 소유한 것들에, 그의 아내 코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둘 사이에 이루어진 결혼 생활의 지속에 집착한다. 동시에 그는 경멸한다. 낮은 지위의 사람들을, 그들 스스로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경멸한다. 집착과 경멸. 이 두 반응은 불모의 몸이 되어버린 그의 무의식적인 발작이다. 사실 클리퍼드는 알고 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숭고한 결혼 생활에도 육체의 쾌락과 환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싱싱한 삶의 생명력은 탄광 노동에서 얻은 몇 푼의 돈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외면한다. 공허한 자신의 삶에 안주하며.

 코니는 숲으로 향한다. 텅 빈 말과 위태로운 연극 무대에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는 만질 수 있는 관계를, 진정한 애정을, 움트는 생명을 원한다. 그렇게 그녀는 살아있기를 원한다. 숲을 거닐던 그녀가 마주한 맬러즈의 야윈 몸, 응축된 생명력을 발하는 그의 단단한 육체가 그녀를 뒤흔들었다. 조심스러운 냉소 뒤에 숨겨진 세상을 향한 그의 애정이 그녀를 다그친다: '당신은 살아있나요?' 
 그와 나눈 몇 차례의 섹스가 점점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낯선 애정이 그녀의 생각과 몸을 휘저었다. 맬러즈의 단단한 남성이 닫혀있던 그녀의 몸에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웠다. 그녀의 몸은 부드러워졌고, 마음은 단단해졌다. 그의 사투리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그녀는 스스로의 삶에 뛰어들 준비가 되었다. 
 약간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로 하여금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자 이성과 수치심 따위를 모두 내던진 순전한 관능이 그녀를 뿌리까지 뒤흔들었고, 그녀의 마지막 속살까지 완전히 다 벌거벗겼으며, 마침내 그녀를 완전히 다른 여자로 태어나게 했다. 그것은 사실 사랑이 아니었다. 육욕의 탐닉도 아니었다. 그것은 날카롭고 뜨겁게 타오르면서도, 영혼을 활활 불살라버리는 관능의 불꽃이었다. (p.163)
 그 짧은 여름 밤 동안에 그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는 여자가 수치심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그 대신 오히려 그 수치심이 죽어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수치심은 바로 두려움이었는데, 우리 몸 깊숙이 유기적으로 달라붙어 있는 그 수치심이, 다시 말해 우리 육체의 뿌리 속에 깊이 웅크리고 있어 오직 관능의 불에 의해서만 쫓아낼 수 있는 그 오래디오랜 육체적 두려움이, 마침내 남자의 남근에 의해 일깨워지고 추적당해 쫓겨나고 만 것이며,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밀림 바로 한가운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pp.164-165)
 섬세한 눈길로 등장인물들을 살펴본다. 이토록 예민하게 대상을 살피는 문체는 오랜만이다. 문학의 힘은 무엇인가? 안정된 것을 불안하게 만든다. 단단한 껍질을 깨부수고, 그 안의 속살을 감싸 안는다. 작가의 시선은 세상에 맞선다. 세상에 맞서는 이들을 지켜본다. 차분해진 호흡 속에서 작가의 문장이 시선을 옮긴다. 흔들리는 생을 찾아서. 
.
.
.

 민음사에게,

 별로 길지 않은 분량은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해주세요. :) 

2022년 6월 2일 목요일

New York City 23: Books for Kids_Who Would Win? by Jerry Pallotta / Rob Bolster (소개)

 (Y와 J가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Who Would Win?> by Jerry Pallotta & Rob Bolster

 아이들, 특히 사내 녀석들을 자극하는 그 물음: 누가 이길까? 

 책 제목과 표지만 보면 그저 그런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 속은 꽤 알찬 정보로 가득하다. 각 동물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기 쉽고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다. 싸움의 승패도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4~6세)에게 강력 추천한다. 단,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 싸움에 지게 되면 슬퍼할 수도 있다. 

 도대체 레드 팬다는 왜 싸움에 출전했던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