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일 토요일

Asking Price.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뿌리내리지 못 할 곳에서 첫 직장을 얻었다. 여기서 사용한 "직장"이라는 단어는 지난 1년 동안 매일 비슷하게 반복된 내 시간들이 "돈"과 일종의 교환관계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정당한 교환이었는지, 또는 자기연민을 동반해야만 했던 불공정 거래였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난 돈을 벌어야 하는 책임이 있었고, 적어도 그 책임을 회피하기는 싫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책임을 1년 동안 (아마도) 잘 완수했다.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이 일에는 계약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계약서에는 생소한 단어들이 즐비하지만,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계약서를 대하면 알 수 있다. 상대방과 여러번 주고 받으며 수정된 이 계약서에 담겨진 것. 당사자들의 욕망이다. -"욕망"이 "필요"와 구별되는 바로 그 지점이 점차적으로 현실화 된다. - 물론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는 언제나 변호사가 개입한다. 매우 정제된 글을 통해 욕망을 보기 좋게 다듬는다. 그리고 이 때 대부분은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것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욕망이 충돌하기도 한다. 

나를 고용한 사람의 주된 욕망은 바로 이 "책임회피"다. 그의 이러한 욕망이 피고용인들에게 조직구성의 중요성을 재인식 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상관없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과 속박은 직장을 얻는 대부분의 사람이 감수하는 부분이니깐. 그러나 문제가 생긴다. 이 고용인의 책임회피 욕망이 피고용인들로 하여금 Asking Price에 대해 재질문을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지금 9월이 되었다. 내 앞으로의 삶을 다른 그 무엇과 교환해야 한다면 정당한 Asking Price를 책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