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1일 월요일

호모 루덴스(Homo Ludens), 그녀의 놀이 목록

세차장 놀이, 주차장 놀이, 스피드 놀이 (거실과 부엌을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 학교 놀이, 병원 놀이, 상어 놀이, 우주여행 놀이, 등산 놀이, 경찰차 놀이, 자동차 역할 놀이, 그림 그리기 놀이, 물에 빠진 오리 놀이, 슈퍼 놀이, 한글 놀이, 영어 놀이 (세이펜!), 하나씩 정하는 놀이 (그녀의 인간 관계망을 읊어보는 놀이; 오늘 만들었다.), 아이스크림 놀이, 이렇게 돌면 어지러워 놀이.

지금껏 그녀가 개발한 놀이들의 목록이다. 그녀는 새로운 놀이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놀이 개발자. 유희하는 인간. 끝없는 상상력. 그녀는 잠깐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는 놀이의 프로다.

2017년 7월 29일 토요일

오리 이야기

오리는 혼자 살았다.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 오리는 장난감이 없어서 텔레비젼을 들고 다녔다. 심심한 오리는 매일 텔레비젼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텔레비젼을 들고 다니던 오리는 더러운 물에 빠졌고, 그 더러운 물을 마시고 죽어버렸다.

2017년 7월 18일 화요일

칸트가 대단하긴 하지

칸트 전공자도 아닌데, 칸트 책이 제일 많더군요.

2017년 7월 4일 화요일

New York City 3: A Guide

<뉴욕에 관한 여행책자들은 많다. 그리고 뉴욕여행에 관한 블로그 자료들도 많다. 그래서 내가 이 곳에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뉴욕의 여러 모습들과 그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기억들이다.>

Sakura Park, New York, NY

Sakura Park in Morningside Heights

아이들과의 추억이 있는 장소. 그리고 내 아이의 첫 번째 친구가 생긴 곳. 아이와 모래성을 만들고, 물놀이를 하고, 나무에 오르고, 뜀박질을 하고, 또 가끔은 걱정하는 마음에 아이를 큰 소리로 혼냈던 장소. 내 첫 째 아이는 모든 종류의 탈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이 공원의 놀이터 앞을 지나가는 2층 버스를 매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Friendship of Y & E in Sakura Park, New York, NY

놀이터 바로 앞 도로 건너 편으로는 General Grant National Memorial이 있다. 이 앞으로는 큰 나무가 길 양쪽으로 대략 30미터 정도 나란히 서있는데, 그 풍경이 매우 단정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 주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현장, 또는 늘씬한 몸매를 한 모델들의 화보촬영을 종종 볼 수 있다. 언젠가 한번은 50-60년대 배경의 드라마였는지, 놀이터 앞 도로에 생전 처음 보는 옛날 자동차들을 주차해놓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조용하던 동네가 조금은 소란스러워졌고, 길거리에서는 무전기를 든 사람들이 길을 통제하곤 했는데, 이 동네에서 1년만 살아도 이런 정도의 불편함은 쉽게 익숙해진다. 사실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이 뉴욕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한 첫번 째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공중화장실 찾기의 어려움, 이전에는 들어 본 적 없는 Train Traffic이라는 개념, 갑자기 선로를 바꾸는 지하철 등이 있다.)

이 공원(Sakura Park) 안에는 오래되고 낡은 자그마한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두개의 그네, 거북이 모양 분수대, 그리고 나무로 만든 커다란 모래상자가 전부다. 그래도 이 좁은 놀이터 안에 벤치는 충분히 있어서 부모들에게는 꽤나 인기가 있는 장소다. 여름이 다가오고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면 모래상자 안의 모래들은 온전히 제자리에 있기가 어렵다. 아이들 중 누군가가 모래를 다른 곳으로 퍼나르기 시작하면, 언제나 한명 두명 동참하는 녀석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을이 되고 아이들의 발길이 뜸해질 때 즈음, 공원관리자는 황금빛 모래로 작은 언덕을 옆에 만들고서는 때마침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바구니를 선물하고 아이들과 함께 내년 여름에 가지고 놀 모래를 상자에 채워넣는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볼 수 있는 봄도 좋지만, 이 공원은 가을이 되어야 자신의 매력을 자세히 보여주곤 했다. 낙옆들이 깔린 풀밭에 누워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조용한 시간을 선사한다. 낙옆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풀밭 한쪽에 허리가 조금 굽어있는 나무를 볼 수 있다. 가을이 되어 색이 바랜 잎들을 붙들고 있는 나무의 주름들이 선명하게 보일 때면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굽어진 허리가 아이들에게는 의자가 되어준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이 나무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서로 깔깔거리며 30분은 족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동네에서 처음 사귀게 된 가족 -내 아이의 첫번 째 친구 가족- 이 다시 그들의 나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도 우리는 마지막 시간을 이 공원에서 함께 하며, 우리 모두가 이 곳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이터의 모래상자, 풀밭, 등이 굽은 나무, 덩그러니 서 있는 이름 모를 사람의 동상, 한가로운 벤치들. 어떤 대상을 우리가 추억하고 또 그리워하는 것은 아마도 그에 대한 우리의 선명했던 기억이 점점 흐려질 때에, 그래서 그 틈마다 지금껏 지나쳐온 시간들에 대한 또 다른 기억들이 스며들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아이는 그녀가 세상에서 만난 첫 친구를 평생 기억할 수 있을까? 비록 내 아이의 기억 속에서 그 친구의 모습이 잊힌다해도, 내가 앞으로 내 아이와 함께 만들게 될 이야기 속에 그 친구의 손에서 느꼈던 온기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