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토요일

똑똑함에 관한 그녀의 말

Y: "아빠는 똑똑하지는 않지만 뭐든지 잘 하니깐 괜찮아. 아빠 너무 너무 좋아."

2017년 10월 24일 화요일

허망한 것들의 연대

Fall Leaves, New York


화려하지 않은, 보잘 것 없는, 희망이 없는, 목소리가 작은, 그런 허망한 것들의 연대는 분명 슬프겠지?

슬프겠지만 예뻤으면 좋겠다. 화가나지만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2017년 10월 17일 화요일

아, 온기여!

-아, 온기여!-

새벽 냉장고의 문을 열자 시계의 눈금이 움직인다. 그녀의 눈금이 주변을 살피자 나의 눈금은 움츠러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오후로 넘어가는 시간 즈음, 지금의 기억이 내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여지를 남겨놓는 그녀를 보았다. 생각나는 것들: 구겨진 종이의 주름살. 반달 모양으로 잘려나간 그녀의 손톱. 정신 쇠약에 걸린 책 속의 밑줄. 평생을 읽지 않으리라 다짐한 한 무더기의 책. 뒤엉켜 있는 옷가지. 이 모든 것들을 생각 없이 바라보며 서로를 살핀다. 지금 이 시간에 모두가 무사하다. 그저 한 모금의 물에 젖어버린 목구멍이 삐걱거린다. 내일 아침이 왔을 때 세상을 알아듣지 못해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그래서 한 푼이라도 속을까 무섭다. 지금껏 그저 그런 보통의 순간들조차 예상을 벗어났다.

예전에는 나와 그녀도 연애를 했다. 언어를 가져보진 못한 민족이 장벽 너머에서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듯 우리는 서로를 안고 서로의 목소리를 더듬었다. 너의 언어가 들리자 나의 언어는 흔들렸다. 주변의 모든 것이 열기를 못 참고 증발해 버리고 우리는 그저 서로에게 고백했다. ‘떨린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너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고 싶다.’ 무겁지 않게 너를 끌어안고 가볍게 이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의 혀는 오후 다섯 씨의 팔 다리 마냥 늘어질 것이고, 나의 뿌리는 또 다시 단단해질 것이며, 너의 손이 앞을 향할 때, 나의 시선은 굽이쳐 너의 목덜미 뒤로 돌아나갈 것이다. 그저 그렇게 우리의 모든 것이 덜컹거리다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