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3일 토요일

New York City 7: Life_빨래

뉴욕에서 빨래하기.

뉴욕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빨래'라는 가사노동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빨래라는 단순한 행위에서 당사자들의 소득 수준, 거주지역의 환경, 노동의 형태 등을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빨래하기의 양태 = 행위자의 경제적 지위>라는 어설픈 등식을 고민해본다.

최상위층은 빨래라는 가사노동을 경험하지 않는다. 누군가(1)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2)에게 빨래를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전화로. 그러면 다음 날 전화가 온다. 물론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1)가 그 전화를 받고, 또 다른 누군가(2)에게 지시한다. "가져다 놓으세요." 이들 최상위층에게 빨래는 하루 정도의 기다림이다.

최상위층 바로 밑에 위치한 고소득층에게 빨래라는 가사노동은 집안에 머무르는 일과 같다. 그리고 이점이 그들 밑에 위치한 중산층과 그들을 구별짓는다. 그들은 빨래를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최신식으로 꾸며진 콘도 안에는 역시나 최신식 세탁기와 건조기가 마련되어 있다. 현관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빨래를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그들은 빨래를 현관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 중산층에 위치한 이들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서야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건물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승강기 또는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건물의 모든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고, 간편하게 카드를 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각 건물들의 관리상태와 사용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도에 따라 중산층 내부에서도 다양한 경제적 층위를 엿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앱과 연결되는 시설, 넓직하고 관리가 잘 되어있는 세탁실, 카드대신 여전히 25센트 동전을 요구하는 시설...등. 어쨌든 이 계층의 모든 이들은 현관문 밖으로 나선다. 세탁실에 도착한 이들은: (a)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b)적당량의 세제를 넣고, (c)원하는 세탁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d)시작 버튼을 누른다. 집으로 돌아와 45분 타이머를 맞춘다. 이 애매한 45분이 지나면 다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이 45분을 반복하기 싫다면 집안에 건조대를 마련해야 한다. 건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제일 애매한 45분을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빨래하기'라는 기준에 의해 하층에 속하게 된 이들은 억울하다. 중산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머지 거주조건들 - 지역, 교통, 월세 등 - 을 누리고, 또 감당하고 있지만, 빨래라는 가사노동을 맞닥뜨리는 순간 그들은 하층민이 된다. 이들은 세탁실이 있는 건물에 거주할 수 없다. 그것은 중산층에게 주어진 특권이기 때문이다. 빨래라는 가사노동이 두 계층 사이의 경제적 간극을 실제보다 더욱 극대화한다. 그들은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이들은 최하층민과 같다. 그러나 오히려 '뉴욕에서 빨래하기'라는 범주는 이 계층에게 가장 가혹하다. 이들의 동네에서는 대형 빨래방(세탁기/건조기 각 30대 이상의 Mega Laundromat)을 찾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는 중산층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쉽게말해 그들은 중산층 지역에 사는 애매한 하층민이다. 그렇기에 '관리가 잘 되어있는 소규모의 빨래방을 찾으면 될 일이 아닌가?'라는 반문은 이들에게 무의미하다. 그것은 순전히 운이기 때문이다. (빨래방 사업은 기본적으로 박리다매를 전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빨래방>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고, 매력적이지 않은 사업이다.) 아무튼 이들은 빨래가 싫다. 특히 겨울에는 매우 싫다.

'뉴욕에서 빨래하기'의 최하층에 속한 사람들은 대형 빨래방을 이용한다. 그리고 대형 빨래방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24시간 운영. 25센트 동전 사용. 음료 자판기. 고장난 세탁 시설. 건조기 화재. 어지럽혀진 바닥. 스페인어 드라마가 나오는 대형 TV.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언짢은 손님들. 그들은 이곳이 못마땅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카드를 사용하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관리가 잘 되어있는 대형 빨래방은 뉴욕에서 찾기 힘들다. 이러한 꾸밈말들이 '대형 빨래방' 앞에 붙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 건물주가 직접 빨래방을 운영한다.
2) 빨래방 주인과 배우자, 가능하면 다른 가족도 함께 매우 부지런히 빨래방을 운영한다.

다시 말하자면......카드를 사용하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관리가 잘 되어있는 대형 빨래방은 뉴욕에서 찾기 매우 힘들고, 대형 빨래방은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끝 간 데를 모르고 오르는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떠밀려가는 이들도 깨끗한 옷을 입어야 하기에,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대형 빨래방과 동행한다. 

2019년 4월 6일 토요일

밤에 관한 그의 말

J: "아빠가 밤에 나랑 안 자고 밖에 나가버렸잖아. 그래서 아빠가 밤이 되어버렸어."

M: "아빠가 밤이 된거라고?"

J: "아빠가 밤이 돼버렸어."

2019년 4월 2일 화요일

예쁜 말

꽃샘추위.

꽃을 시샘하는 봄날의 추위.

그녀의 부러움, 그의 답변.

Y: "넌 이제 좋겠다. Pre-K에 가면 하루 종일 놀기만 해."

J: "......"

M: "그러면 요즘 킨더에서는 뭐해?

Y: "아침부터 계속 공부만 하지."

J: "난 학교에 선생님이랑 친구들 없었으면 좋겠어."

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