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1일 토요일

저녁 밥상, 그 후에

-저녁 밥상, 그 후에-

이 동네에서 더 이상 너를 살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모든게 서러워졌다

피곤하다며 놀이터에 가지 않았던 날이라던지, 아이들 신발은 금방 못 신게 된다며 넉넉한 신발만 찾던 어느 저녁의 시간이라던지, 이 동네 만한 곳이 없다면서 어디로도 놀러가지 못한 지난 여름이라던지이 동네에서 더 이상 너를 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모든 게 슬퍼 보였다

식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접이식 책상 한켠, 아내와 아이의 밥상이 휑하던 그날 저녁, 창밖으로 간신히 보이는 달빛의 언저리는 파르스름하니 시려웠다.

시큰한 콧마루를 연신 꿈트럭거리며 엉켜붙은 밥알들을 치우고, 네가 흘린 국물을 닦아냈다.

수년 전, 함께 고생스런 여행을 하자며 결혼이라는 걸 이야기 했던 내가 미웠고, 그 말을 듣고서는 행복할 수 있을거 같다고 말하던 아내의 미소가 서글퍼졌다

고작 열 걸음으로 집 한쪽 끝에서 끝으로 갈 수 있는 그 거리마저도 다 채우지 못할 울음을 터뜨렸다

자고 있는 너를 깨울까 싶어 그 울음마저 조심스러웠다.

저녁 밥상을 치우고 난 후, 그 날 저녁엔 모든 게 서럽고 슬프고 사랑스러웠다.

그날 따라 저녁 밥상이 새하얗고 단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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