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4일 수요일

중도하차_즐겁게 쓸모없기

마지막 지원이 끝났다. 두 곳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고, 기다림 순서에 있었던 학교에서는 미안하다는 편지가 왔다. 간단한 선택이 남았다. 가느냐, 마느냐. 안 가기로 했다.

즐겁게 쓸모없기는 당분간 중단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특이한 이름의 학교에 오게 되었다.

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2011년 가을에 왔다. 2013년 봄학기에 석사과정 30학점을 모두 들었다. 2013년 가을 학기에는 Oral Exam을 통과했고, 2014 봄 학기에는 두개의 소논문 시험을 끝냈다. 2014 가을 학기에는 개인적 사정으로 휴학을 했고, 2015 봄 학기에는 박사과정 내부지원을 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남겨둔 철학서 번역 시험을 끝냈다. 정확히 3년 6개월이 걸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지만,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수업과 <철학과 희극> 수업은 실망스러웠다. 교수의 강의는 명확하지 못했고, 간혹 억지스러웠다. 그 외의 모든 수업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Richard Bernstein교수의 <실용주의; Pragmatism> 수업은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한 시간들이었다.

"대화란 무엇일까?"
"과연 비판적 대화는 가능한가?"
"의견들의 충돌은 새로운 관점의 정립으로 이어지는가?"

쓸모없는 질문들로 채워지던 시간은 여전히 즐거웠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논쟁도. 그들의 대화 속에서 헤매던 나를 도와주던 그들의 배려도. 더듬더듬 부족한 영어로 내 생각을 정리해 나가던 순간들도. 모든 시간이 소중했다.

그래도 이제는 중도하차를 스스로에게 선언한다. 난 아직 청춘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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