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게 널브러진 몇 권의 책들과 책상 위에 엎어진 그의 시간들
자신의 남편이 꽃을 피우지 못 할 마른 나무라는 것을 그 여인은 안다
아침마다 남편을 깨우는 그녀의 눈에선 투명한 꽃이 핀다
그가 부리는 시기와 발작이 꽃의 거름이 된다
캄캄한 새벽 바람 중에 부유하는 몇 톨의 글자가
그의 손끝 마디에 걸터앉은 채 눈을 감는다
남편은 눈 감은 채로 지난 반성문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고
오래된 것들을 태워 땅 속에 묻으면 몇 뼘의 무덤이 생겼다
그렇게 그는 간신히 아내의 이불 속에 온기를 채워넣었다
다음 날 아침 마른 몸을 물에 적시는 남편을 생각하며 쌀을 올렸다
남편이 부탁한 일은 터져버린 티셔츠 한 장의 바느질이 전부였으나
뜨거운 밥 한끼를 내고 싶었다
그녀의 사랑은 삐뚤거리며 눈치를 보았다
새로 든 집에 올 때부터 기울어져있던 나무바닥은
남편의 가슴팍 마냥 바짝 말라 올 겨울 땔감으로나 써야 할듯하다
오늘 아침 그녀의 눈두덩이에는 투명한 눈이 쌓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