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화요일

2024년 가을학기, 디지털 인문학 (Digital Humanities)

2024년 가을학기, 뉴욕 시립 대학교 대학원 (The Graduate Center, CUNY, New York)

두 학기 동안 20학점을 들었기 때문에, 논문/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애매한 7학점 수업을 들어야했다. 그렇다면 7학점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뉴욕시 거주 학생에게는 매우 저렴한(?) 대학원 학비이지만, 초과 학점으로 인해 추가 학비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만일 학위를 위해 논문을 쓰게 된다면, 디지털 구조와 데이터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해보고 싶다: 

<수집된 데이터의 편향성, 이를 처리하는 코드와 알고리즘이 지닌 이분법적 시각, 디지털 공간의 이면에 내재한 폐쇄성이 어디서 기인하는가? > 

이를 염두에 두고, 수강 신청 중에 관심을 갖게된 수업은 다음과 같았다.

  1. Data Bias: How big data increases inequality (3)
  2. Social Construction (4)
  3. Digital Sociology (3)

강의-1은 DH 프로그램과 연계된 데이터 분석/시각화 프로그램의 수업이어서, 손쉽게 학위 내 선택 학점으로 인정되었다. 남은 4학점을 자유 학점으로 채우기 위해서 철학과 강의-2를 선택하게 되었다. 비록 강의-3, Digital Sociology는 수강하지 못하였지만,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있었던 부분은 기존 산업 혁명과 오늘날의 디지털 전환이 비슷한 수준의 정치-경제-문화적 변화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아쉽지만 강의-3을 뒤로하고, 철학과 강의인 Social Construction을 선택하게 되었다. (4학점 수업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불어, 관심 논문 주제가 전제하는 명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가을학기 수강 신청은 손쉽게 진행되었다.

관심 논문 주제가 전제하는 명제는 다음과 같다: <데이터와 코드가 사회의 행위 주체로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Data, Codes, Algorithms = Social agents & Subject>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조건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었다. 

1. Data Bias: How big data increases inequality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데이터 분석/시각화 프로그램의 학생들이었고, 대부분 이미 데이터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었다. 같은 문제를 바라볼 때도 나와는 조금씩 다른 관점 - 웹 디자인이 지닌 한계, 시각화의 예술성과 정보 전달의 관계, 디지털 산업 구조와 조직체계의 폐쇄성 등 -을 제시해주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수업 동안 접하게 된 책은 다음과 같다.

  • Race after Technology
  • Data Conscience
  • Hidden in White Sight
  • Weapons of Math Destruction

RD는 연구자의 입장 - 사회학 & 컴퓨터 공학 - 에서 바라본 빅 데이터의 세계를, 책 HW는 작가들의 현업에서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 자동화와 인공 지능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 무엇도 완전히 독립된 주제가 될 수 없듯이, 모든 과학 기술 또한 사회-문화적 맥락/편견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시간이었다.  

Kodak Shirley Cards

예를 들자면, 초창기 카메라 필름 기술이 전제하는 대상은 과연 누구였을까? 필름은 빛을 흡수하고, 대상의 모습을 저장하고, 현상하는 과정을 돕는, 순진무구한 도구일 뿐일까?   

“Hey! We almost forget the most important thing!”

광고를 보시라. 이 얼마나 전형적인 미국-백인-중산층-가족의 행복한 모습이란 말인가!

<Race after Technology>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The market and profitability imperative of tailoring technologies to different populations is an ongoing driver of innovation.” (p.106)

다시 말해, "이 새로운 기술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 졌을까?"라는 물음은 "누가 이 물건을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같다. (How Kodak's Shirley Cards Set Photography's Skin-Tone Standard) 

이렇듯, 차이는 배제로 이어지고, 배제는 차별로 이어진다. 카메라의 조리개가 우리의 편향된 시각을 대신하는 도구가 된다. 새로운 기술-도구의 등장이 언제나 배제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매우 흥미롭고 다양한 예들이 등장하는데,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책-R과 W를 권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네 권의 책 모두가 대동소이한 시각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들의 반복되고 중첩되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는 다른, 상반된 목소리와 논증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흥미로운 프로젝트 & 자료들-

2. Social Construction

 지난 학기 AI 강의에 이어서, 우연히도 같은 교수(Prof.Jesse Prinz)의 수업이었다. 역시나 짜임새있는 강의 주제들과, 자세한 설명,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 속에서 한 학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강의 제목을 번역하자면 '사회 구성' 또는 '사회 구성주의(constructionism)' 정도가 될 듯하다. 형이상학/인식론의 측면에서 언어/과학/실재론-반실재론을 다루었고, 세부적인 주제로는 의학/인종/성/젠더/정치-음모론을 접할 수 있었다. 

2.1. 인식론과 형이상학을 구분하여, 사회 구성주의를 과학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는 철학적 논증은 "사회 구성"에 대한 "자기 파괴적 상대주의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만큼 중요한 철학적 제안이 될 수 있다.  

2.2. 미국 사회 내의 아시안 공동체에 대한 두 가지 편견: (1) 탁월함/능력  & (2) 외부인. 이 둘의 조합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 Toxic combination - 에 대한 논의 또한 흥미로웠다. 

2.3. 마지막으로,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비상계엄/내란이 일어났던 시기에 읽었던, Jaron Harambam의 논문 “Against Modernist Illusions: Why We Need More Democratic and Constructivist Alternatives to Debunking Conspiracy Theories”을 통해 씁쓸한 현실을 이론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 원래 계획했었던 소논문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퍼스 기호학의 세 부분(Triadic relation: Sign-Objects-Interpretant)을 통해 데이터/코드/알고리즘 이면에 내재된 이분법적 표상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가?

그러나 막판에 방향을 틀어서, 반실재론과 객관성에 대한 후기 퍼트넘과 로티의 철학을 비교하는 것으로 과제를 대신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에게 받은 위로의 이메일 일부분을 남기며 2024년 가을학기에 대한 되돌아봄을 마친다.

"I can’t imagine how it must have felt to endure those hours of uncertainty.  A sober reminder of how much damage one leader can do.  But the big lesson here is that the South Korean people are strong, and the democracy is strong."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여가와 관조 #4: 계엄령이라...

윤석렬. 그냥 바보인줄 알았는데, 이상한 신념을 가진 미친놈이었다. 어쩌면 그의 주변에서 그릇된 믿음을 지속적으로 그의 텅빈 머리에 주입하였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이리라. 그러나 어리석음과 맹목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고, 이것이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시스템을 언제든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본다.

한밤 중의 끔찍한 TV 쇼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창문을 부수고 국회로 들어가던 특수부대 요원을 보라! 인간은 이렇게도 멍청하고, 다루기 쉽다.), 그 여파가 너무 크다. 

이 무슨 난장판이란 말인가. 

2024년 9월 7일 토요일

김지윤

지윤씨에게,

우리가 막역한 친구 사이는 아니었지요. 그러나 분명 반가운 인연이었습니다. 첫 가을학기에 알게된 첫 친구였고,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너무 늦은 나이에 학위 과정을 다시 시작했다면서 걱정하던 지윤씨를 응원했습니다.

"걱정마요. 더 늦은 나이에 전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아마도 저 자신에게 하는 응원이었을 겁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표정, 책가방과 에코백을 메고 다니는 지윤씨의 씩씩한 발걸음을 기억합니다. 지윤씨 덕분에 저도 힘을 냈습니다. 

몇번의 짧은 만남과 대화, 서로의 관심 분야를 알게 되었고, 낯선 도시에서의 대학원 생활에 대한 푸념과 흥미로운 주제들, 요즘 근황을 나누곤 했지요.  

첫 학기가 지나고, 짧은 겨울 방학 동안 혹시 한국에 잠시 갈 계획이냐고 물었던 저에게, 가족분들이 뉴욕을 방문할거라 답했습니다. 봄 학기가 시작되었고, 언제나 처럼 지윤씨의 안부 문자를 받고, 짧은 만남을 가졌죠. 부모님께서는 뉴욕 여행 좋아하셨냐는 물음에, 사실은 남자 친구가 놀러왔었다고, 혼자 공부하러 온 뉴욕에 남자친구가 놀러온다고 하기가 부끄러워 거짓말을 했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심지어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라는 것도 말했으면서...) 한참을 웃었고, 나이가 많아 걱정이라는 사람이 그게 무슨 부끄러울 일이냐며 핀잔아닌 핀잔을 했었지요.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간단히 집밥 한끼 함께 하자며, 아내와 아이들을 소개해 주겠다는 제 초대에 흔쾌히 좋다고 했던 지윤씨가, 그 전날 조심스레 연락을 했었지요. 몸이 조금 안 좋아서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저는 그저 별 일 아닐거라 짐작했고, 걱정말고 다녀오라는 답을 했지요.

지윤씨는 매번 먼저 안부 인사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황망한 소식을 받았습니다.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소식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지윤씨의 추모식을 다녀왔고, 집에 돌아와 제가 좋아하는 향초 하나를 태웠습니다. 

지금은 교수님들과 동료 학생분들이 모아둔 지윤씨의 글을 읽습니다. 

반가운 인연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이끌 드림.

2024년 7월 19일 금요일

(독서) 고통 구경하는 사회 by 김인정

 

<고통 구경하는 사회> by 김인정

 "나는 아프다."라는 언어적 표현은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아픔'이라는 내감을 기술한다. 사적 감각을 언어적 표현으로 발화할 때, 이 문장은 더 이상 '사적 언어'가 아니다. 발화자는 '아프다'라는 언어적 표현의 자리, 쓰임, 문법, 문맥을 이해하고, 이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언어 공동체의 참여자로서 자신의 내감을 공유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혼잣말이라 할지라도.) 

 '사적 언어'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반대 논증은 언어 습득과 사용을 위해 '이미 마련된 자리'를 요청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적 개념이 사회적 실천의 통로가 될 수도 있을까? 이를 좀더 확장된 논의로 이끌 수 있을까? 현실을 담아내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김인정 기자/작가의 책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읽는다. 내 눈은 작가의 잘 정돈된 문장을 따라가면서도 책 뒷편에 떠오르는 몇몇 단어들을 힐끔거린다: 얼굴, 시선, 틈, 아픔, 타자, 슬픔, 상실, 고통, 언어. 우리가 마련한 자리는 그들에게 충분했던 것일까? 그들의 울부짖음과 호소는 우리에게 닿았던가? 그들이 가까스로 내뱉은 몇 마디의 말이 활자가 되어 지면에 실리고, 음성으로 기록되어 전파를 탄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전의 외침들과 뒤섞여 어딘지 모를 구석에 켜켜이 쌓여간다. 잠시 후에 뒤따라올 또 다른 외침을 기다리면서. 주목받지 못한 목소리는 광장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그들의 아픔은 결코 내것이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들의 언어를 가로막는 장벽은 사라져야 한다. 이처럼 당위를 외치면서도 의구심이 든다: '우리는 타인의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인가?'

주체의 인식, 행동, 가치, 언어, 존재는 언제나 대상을 필요로하고, 타자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주체의 정당화가 타자를 배제한 채로 가능할까? 타자가 지닌, '나'와 유사한 감각, 언어, 문화, 양식, 인식을 매개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비록 자주 어긋나고, '나'의 기준을 벗어나고, 서로 다른 언어가 이해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할지라도 말이다. '주체'라는 틀에 갇혀있는 '나'는 타자의 존재가 낯설다. 그러나 그들은 나에게 응답을 요구한다: "나는 아프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 그들의 요구 앞에 선, 나의 윤리적 응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우리 안에 '이미 마련된 자리'를 조금씩 넓혀갈 수 있을까? 새로운 단어를 발견하고, 언어의 장벽을 낯추고, 문화의 다채로움을 수용하고, '어긋남'이라는 새로운 빛깔로 광장을 채워나간다. 이는 매우 더디고, 때로는 지루하고, 결국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느새 '우리'로 확장된다. '나'의 결단이 '너'를 향하는 순간에 비로소 윤리는 가능하다. 

기자의 역할, 한계, 고민. 그리고 깊은 성찰. 그녀의 글은 차분하면서도 아름답고, 그녀의 시선은 슬프지만 강인하다. 이야기 속 대상에 애정이 담긴 글이 갖는 질감이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언제나 내 인식 바깥의 타자들을 염두에 둔다. 그들에게 기꺼이 응답하려는 용기가 그녀의 글에 배어난다. 
각자의 시선이란 잔인할 정도로 개인적이고, 우리의 망막에 고인 타인의 고통은 아무리 자극적이어도 눈물 한 방울 내지 못한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 한구석에 던져 놓은 신문 뭉치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새로운 물건을 만들듯이, 시야 어딘가에 머무르다 펼쳐보게 될 가능성이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하며 되도록 조금 더 천천히, 더 담담한 뉴스를 만드는 건 어떤가. 시선을 잡아채는 것이 반드시 변화를 약속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한 지 오래이니, 오래 걸리더라도 있어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알려야 할 것을 균형있게 생산해 내는 매체로 머무는 건 어떤가. (p.238)
세상은 복잡다단하고, 언제나 그대로일것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변한다. 개인의 소망은 미약하고, 내가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는 거대한 성벽으로 남아있다. 놉고 단단한 벽에 깨져버린 계란의 편에 서겠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떠오른다. 김인정 기자/작가의 시선이 마치 그러하다.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NIKE 신발을 대하는 그의 태도

화창한 봄날, J는 NIKE Air Max를 갖게 되었다. (60% 할인 가격이었지만, 어차피 그는 모른다. 역시 미국은 아이스크림과 신발이 저렴하다!) 새 신발과의 첫날, 함께 학교에서 돌아온 J.

J: "Oh. My first NIKE!" 

정성스럽게 물티슈로 신발 구석구석을 닦던 J. 

2024년 6월 27일 목요일

여행, London & Manchester, UK 2024 #5

런던 & 맨체스터, 잉글랜드 여행. #5

28. Sun.

: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 Manchester Picadilly - 런던 유스턴 역; Euston - Park Plaza Hotel at Victoria - The Victoria Taps (Tottenham FC vs. Arsenal) - Dishoom (again!) - 버킹엄 궁; Buckingham Palace - 숙소



Room No.188, Kimpton Clocktower, Manchester, UK.

이번 여행 최고의 숙소. 우리 가족의 맨체스터 여행을 완성해준 188번 방에게 작별을 고한다.

다시, 맨체스터 --- 런던   

유스턴 역에서 내려, 바로 다음 날 용이한 공항 이동을 위해 빅토리아 기차역 근처의 숙소로 향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섰다. 

Victoria Taps, London, UK.

Victoria Taps, London, UK.

숙소 근처의 작은 펍, Victoria Taps에 들러 Tottenham vs. Arsenal 경기를 관람한다. (펍의 나라답게 펍을 예약할 수 있는 전용 앱이 있다.) 옆 테이블에는 세 명의 여인들이 앉아있었고, 그 옆으로 두 명의 청년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으나, 우리 외에는 그 누구도 축구 경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경기 시작 10분 후에 또 다른 세 명의 청년이 들어섰는데, 그들은 축구를 보기 위해 모인 친구들이었다. 전반전에만 3골을 헌납해버린 토트넘과 손흥민 선수를 마음 속으로 위로하며, 이렇게 된거 맛난 저녁이나 먹자면서 길을 나섰다.

Dishoom again!!!

버스를 타고 디슘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나 훌륭한 맛! 기분 좋게 "영국 현지 음식"을 즐겼다. 소화도 시킬겸, 런던 시내를 가로질러 숙소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시위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무슨 촬영인지도 모를 수 많은 관광객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분명 런던 시민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St.James's Park, London, UK.

St.James's Park, London, UK.

St.James's Park, London, UK.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맑은 하늘과 청량한 바람 덕분에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공원을 지나,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Buckingham Palace, London, UK.

공원을 빠져 나오자마자, 버킹엄 궁전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 바로 옆나라 프랑스를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비교하게 되었는데...영국 왕실은 검소한(?) 편에 속한다.

영국 시민들에게 영국 왕실이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역사를 거슬러 올러가보면 유럽의 모든 왕실들이 대부분 혼인으로 엮여있긴 했지만, 현재의 영국 왕실은 사실 독일 계통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국 왕실이 국민 국가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그저 전통/문화/관광의 한 부분으로서 기능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화려한 리얼리티 쇼인지도 모르겠다.

권력의 시각화/형상화가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문의 주제로서 흥미로울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에 도착. 이제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29. Mon.
: Gail's Bakery - London Gatwick Airport - Home, NYC


아침 일찍 기상. 호텔 근처 마을을 산책하다가 빵가게를 발견한다. 가벼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J를 위해 약국에서 멀미약을 구한다. 대서양을 건너는 긴 비행을 견뎌내야 하므로.

도착은 히드로 공항이었지만, 뉴욕으로 출발하는 곳은 개트윅 공항이었다. 런던에 올 때는 American Airlines를 이용하였는데,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은 British Airways를 탔다. (아마도항공사들이 코드 셰어를 한 모양이다.) 미국/캐나다 항공사에 비해 넉넉한 자리가 제공되어서, 생각보다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단지 뉴욕 공항에 도착하기 20분 전부터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엄청난 사자후를 뿜어내었기에 승객과 승무원 모두 그 엄중한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멀미약의 도움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고생한 J. 그는 언제쯤 하늘 여행과 친해질 수 있을까? 

그래도 무사히 집에 도착! 역시 집이 최고다. 

런던 & 맨체스터 여행 끝.

여행, London & Manchester, UK 2024 #4

런던 & 맨체스터, 잉글랜드 여행. #4

27. Sat.

: 축구 박물관; National Football Museum - 올드 트래포드; Old Trafford, Manchester United (vs. Burnley FC, 1:1) - The Trinity Club - 숙소 



결전의 날. 여행 계획을 아주 오래 전에 결정한 것이 아니라서, 맨유의 경기 예매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여행 일정에 맞아야 했고, 홈 경기를 원했기 때문에, 좌석 위치는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르다보니 경기 후 Trinity Club에서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예상 보다 비싼 좌석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언제 또 이곳에 다시 와보랴.'라는 마음으로 과감히 예매했다. (소식을 듣고 아들의 맨유 경기 관람을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러나 저러나 오늘은 결전의 날. 오후에 있는 경기를 즐기기 위해, 우선 우리는 축구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위해 국립 축구 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아내의 맨유 목도리를 보고, "Yeah~Go Man. United!!!"라고 외치는 맨유 현지 팬 청년들과의 뜨거운 연대(?)를 느껴본다.

National Football Museum, Manchester, UK.

National Football Museum, Manchester, UK.

래쉬포드의 자선/봉사 활동 vs. 무능했던 보리스 총리.


National Football Museum, Manchester, UK.

영감님의 언론 인터뷰. 

National Football Museum, Manchester, UK.

영화 배우가 된 그.

National Football Museum, Manchester, UK.

이용료를 따로 지불하면 페널티 킥 게임을 할 수있다. 도전했던 사람들의 랭킹을 알 수 있다. 

National Football Museum, Manchester, UK.

골키퍼 연습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축구에 관한 다양한 역사, 기록, 정보와 즐길거리가 있다. 예전 영국 훌리건들이 가지고 다녔던 무시무시한 무기들도 구경할 수 있다. 입장을 위해서는 회원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1년 동안 유효하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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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역사를 돌아보며, 특히 맨유의 영광을 다시 상기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꿈의 극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 경건한 마음으로도 허기진 배를 채우진 못하기에, 구장 건너편 쇼핑몰에 위치한 <Nando's>에 들러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참고: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적당히 주문해야 한다.) 

이제 나의 성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Sir Matt Busby Way, Old Trafford, UK.

Man. Utd. Old Trafford, UK.

맨유의 경기를 보러 온 현지 팬들과, 우리 가족과 같이 멀리서 온 팬들이 뒤썩여 경기장으로 향한다.
Man. Utd. Old Trafford, UK.

Man. Utd. Old Trafford, UK.

Man. Utd., United Trinity - Best, Law, and Charlton, Old Trafford, UK.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 맨유를 이끌었던 세명의 위대한 선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Man. Utd. Old Trafford, UK.

Man. Utd. Old Trafford, UK.

경기장의 낙후된 시설로 종종 뉴스 거리가 된다지만, 나에게는 그저 감격스런 현장이었다. 일단 잔디 상태가 너무 훌륭하다.

Man. Utd. Old Trafford, UK.

몸을 풀러 나오는 선수들을 위해 팬들이 소리쳐 응원한다. 응원가 종류가 너무 많아서 따라할 수도 없었다.
Man. Utd. Old Trafford, UK.

"그래. 나는 경기를 보러온 것이 아니야. 난 맨유를 느끼기 위해 이곳에 온거야."라는 자기 위로와 함께 1:1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내 옆에 앉아있던, 나에게 세뇌당한 맨유 꼬마 팬 J는 도저히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노에 찬 그의 말: "이제 두번 다시 축구 안 볼거야!" 

Man. Utd. Old Trafford, UK.

 경기가 끝나고, 우리 가족은 <Trinity Club>으로 이동해 간단한 음료와 주전부리를 즐기려 했으나....너무나도 제대로 된 코스요리가 나왔다. 더불어, 팬들을 위한 축구 묘기 프로 선수가 멋진 재주를 선보였고, 심지어 Alexander Stepney(https://en.wikipedia.org/wiki/Alex_Stepney)라는 맨유의 전설적 선수- 조지 베스트, 로우, 찰튼 할아버지와 함께 67-68 European Cup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심지어 상대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 중 한명인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오. 이 할어버지께서 에우제비오의 슛을 엄청난 선방으로 막아낸 장면은 유명하다! - 가 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당신을 알게 된건 맨유 팬으로서 큰 영광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일찍 빠져나오는 길, 알렉스 할아버지와 함께 사진도 찍고, 맨유 소식지에 그의 싸인도 받았다!

물론 이러한 이벤트가 티켓 가격에 모두 포함되어 있겠지만, 팬들을 위한 맨유 구단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J를 달래며, 2층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낡은 경기장을 대신할 새 경기장을 따로 만들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어쨋든 꿈의 극장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이번 생은 성공이다!

2024년 6월 26일 수요일

여행, London & Manchester, UK 2024 #3

런던 & 맨체스터, 잉글랜드 여행. #3

25. Thu.

: 킹스 크로스 역; King's Cross Station, 9 3/4 - 영국 국립 도서관; The British Library -  유스턴 역; Euston Station, 역 직원의 잘못된 정보로 기차 잘 못탐! - 왓포드; Watford - 해리포터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Warner Bros. Studio -  기차 일정 취소 - 런던 도착 - 어니스트 버거; Honest Burger



아이들을 위한 하루. 영국 여행을 결정하고, 일정을 고민하면서 처음에는 스톤헨지를 방문하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 고루(?)한 일정이 될 듯 싶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여행도 되어야 했기에 Y와 J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역시나 아이들의 선택은 해리포터 만나러 가기!

King's Cross Station, London, UK.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해리포터 팬들의 성지, 킹스 크로스 역의  <9 3/4 승강장>으로 향했다. 아주 오래 전 해리포터 책을 읽긴 했지만, - 그 마저도 출판이 늦어지는 바람에 중간에 흐름이 끊겨서 마지막 까지 읽지도 못 했다. - 엄청난 팬은 아니었기에, 해리포터 관련된 정보가 부족했다. 실제 승강장 한 켠에 있을 줄 알았던 9 3/4 승강장이 역 광장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실제 승강장에 있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해리포터 기념품 가게의 직원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주고, 마음에 든다면 사진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시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불구불 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그 긴줄에 합류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렇게 해리포터 팬들이 많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고, 유스턴 역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영국 국립 도서관을 잠깐 구경하고, 역에 도착해  <ITSU>에서 일식 덮밥과 롤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예상보다 깔끔한 음식과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스런 식사였다. (추천: 간단히 한끼를 해결하기에 좋은 선택지다!) 

기차표를 확인하고, 역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는 지금 도착하는 기차를 바로 타면 된다고 안내하였다. (그의 잘못된 정보로 우리는 완행 열차를 타고 말았다...) 

Watford, UK.

20분 정도 걸려 도착했어야 할 왓포드 역에 1시간 정도 걸려서 겨우 도착했다. 다행히도 해리포터 팬들을 스튜디오에 데려갈 2층 버스가 늦지않고 시간에 맞춰 다가왔다. 

Warner Bros. Studio, UK.

어디서 등장했던 용인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해리포터 영화는 1편 밖에 보지를 않았다.)

Warner Bros. Studio, UK.

Warner Bros. Studio, UK.

Warner Bros. Studio, UK.

Warner Bros. Studio, UK.

Warner Bros. Studio, UK.

모든 관람을 마친 후에 다시 버스를 타고 왓포드 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우리가 미리 예매한 기차는 취소되었고, 런던으로 향하는 다음 기차를 겨우 예매한 후에 - 다른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타는 듯 했다. 참고로 그 누구도 티켓을 검사하지 않았다.- 유스턴 역에 도착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하루 온 종일 해리포터 세계를 헤매었기에 아이들도 지쳐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Honest  Burger라는 버거 가게에서 저녁을 먹고, 멀리 떠나는 다음 날 일정을 위해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2024년 6월 25일 화요일

여행, London & Manchester, UK 2024 #2

 런던 & 맨체스터, 잉글랜드 여행. #2

23. Tue.

: 런던 타워; Tower of London - 버로우 마켓; Borough Market (피쉬 앤 칩스, 버섯 리조토, 과일 주스, 도넛 = Bread Ahead Bakery! Wow!!!) -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안락한 의자와 넓은 휴식 공간) - 세인트 폴 성당; St. Paul's Cathedral - 2층 버스 (다리 두개 건넘.) - 도너츠 저녁!



런던 탐험은 계속된다. 

중세 성을 보고 싶다는 Y의 요청으로, 런던 탑을 보러 간다. '도시 한복판에 중세 성이 그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니...'라며 놀라던 중, 생각해보니 '서울에도 궁궐들이 있으니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막상 직접 마주하니 대단하긴 하다.

Tower of London, London, UK

사진 속 수로를 통해서 배를 타고 성에 들어 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누군가는 환영을 받고, 누군가는 감옥에 갇히고, 또 누군가는 처형을 당했다. 

Tower of London, London, UK

Tower of London, London, UK

궁전이자 요새였고, 감옥이자 무기고로도 이용된 런던탑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을 감금해두었던 장소에는 당시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벽에 새겨놓은 글과 문양들이 남아있다.

Tower of London, London, UK

Tower of London, London, UK

Tower of London, London, UK

요새로 올라가는 계단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급박한 경우 모두들 요새 안으로 대피한 후, 계단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Tower of London, London, UK

요새 안에서도 그들의 신앙생활은 계속된다. 

Tower of London, London, UK

런던 탑 성벽에서 바라본 타워 브릿지. 중세 성벽과도 잘 어울린다. 

비록 사진에는 담을 수 없었지만, 런던 탑 입장 후,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 뜰 안 쪽에 위치한 건물로 들어서니 영국 왕실의 화려한 장신구- 보석, 왕관, 목걸이, 반지 등 -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그런데 그 입수 경로를 자세히 읽어보면 결국 대부분 약탈해 온 것들이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Borough Market, London, UK.


Borough Market, London, UK.

런던 탑을 나와 강을 따라 걸었다. 런던 브릿지를 건너 도착한 오늘의 주요 목적지, 버로우 마켓에 도착한다. 궂은 날씨에도 활기찬 시장 상인들의 모습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선 뭘 사야하나?" 우리는 이미 정해 놓은 먹거리가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각각의 가게로 향한다. 

버섯 리조또와 생선 튀김을 손에 넣었다. (안타깝게도 타르타르 소스를 따로 구매했어야 했는데....멍청이 같은 자신을 탓했다.) 그러나 허기진 우리는 그 무엇도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음식도 괜찮았다. 시장 한켠에 마련된 식탁에 다른 방문객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주인공: Donuts from Bread Ahead Bakery! 당장은 배가 불러서 못 먹었고, 숙소 도착 후에 간단히 저녁으로 먹었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그 맛, 완벽한 크림과 빵의 쫄깃함. 런던을 방문하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River Thames, London, UK.

River Thames, London, UK.

River Thames, London, UK.

또 다시 탬스 강을 따라,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향한다. 강 건너 보이는 세인트 폴 대성당의 모습도 바라본다. 미술관에 다다랐을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빠르게 안으로 대피하였다.

Tate Modern, London, UK.

아래 층, 아이들을 위한 넓직한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여행으로 지친 우리 가족에게는 그 어느 곳 보다 아늑했다.

Tate Modern, London, UK.

밀레니엄 다리로 탬스 강을 다시 건너며 세인트 폴 대성당을 바라본다. 

St.Paul's Cathedral, London, UK.

Double Decker Bus, London, UK.

이층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버스는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이동하였고, 강을 재차 두번이나 건넌 후에 빅토리아 역 앞에 정차하였다. (버스 2층에 있던 거의 대부분의 승객이 방문객이었는데, 모두들 그저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도너츠로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 날 아침의 숙소 이동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