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0일 토요일

(읽기)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 1

<철학적 탐구;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by L.Wiggenstein / 한글 번역서 by 이승종 역
<Wittgenstein's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an introduction> by David G. Stern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by
Ludwig Wittgenstein

 "진보란 대체로 그 실제보다 훨씬 위대해 보이는 법이다." - 네스트로이 

 <철학적 탐구>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며, 스턴(David G. Stern)은 책의 첫 장, 첫 문장, 네스트로이의 희곡 속 주인공의 대사에 주목한다. 책의 금언(the motto)이 되는 이 문장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지향,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말한다. 그는 이를 일상적 대화의 문체로 다음과 같이 번역한다.:
Motto: 'Anyway, the thing about progress is that it looks much greater than it really is.'  (Nestory) (Stern 2004, p.58)
 이 문장에 대해, 그리고 책 전반에 걸쳐, 더 넓게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대한 두 가지 접근 방식-내재적 읽기(immanent reading) or 외재적/발생적 읽기(genetic reading)-의 의미와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스턴의 시선은 <논고; Tractatus>와 <탐구; Philosophical Investigations>의 관계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탐구>는 자신의 첫 철학적 성취 <논고>를 배격하는가? 혹은 두 저작은 서로 같은 철학적 지향을 함축하고 있는가? 
 
 네스트로이의 희곡이 지닌 당시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 희곡 속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흐름이 지닌 특징은 다음과 같다.
Each verse divides into three parts: (1) how bad things used to be. (2) how much better they seem now, (3) why they're actually worse than ever. (Stern 2004, p.64)       

 이는 철학적 대화(dialogue)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탐구> 속 목소리, 그 논증 구조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이와 같은 비판적 시각은 비트겐슈타인이 목도한 당시 세계를 향한 것일 수도, 남들이 찬양하는 자신의 철학적 성취의 이면을 드러내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논고>를 통해 바라보던 '세계-언어' 관계의 경직성을, 또는 <탐구>가 딛고 서있는 '일상 언어'의 불완전함을 지적한 것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문맥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탐구>의 첫 문장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다. 스턴은 이 문장을 통해, 이 문장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이해 그 자체를 <탐구>를 향한 첫 걸음으로 삼는다. 

 Context will play a crucial role in Wittgenstein's subsequent investigations, for he thinks that philosophy goes wrong precisely when it tries to abstract from context, taking words that have multiple meanings in multiple contexts and trying to understand those words taken out the particular contexts in which they are used. (Stern 2004, p.70, emphasis mine.) 

 근대의 기획, 주체의 출현, 주체에 주어진 인식적 특권, 주체가 표상하는 세계, 고립된 언어, 경직된 논리, 그리고 진보에 대한 확신. 비트겐슈타인의 비판은 이 모두를 향한다. 어쩌면 철학 그 자체의 종말을 선언하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해석과 이해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이며, 특정한 문맥을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탐구>를 통해 비트겐슈타인이 말하고자 한 것(saying)은 그 너머의, 그 자신이 보여주려 한 것(showing)에 대한 이정표가 이미 우리의 삶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이를 탐구하고자 하는 용기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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