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닌 <이것과 저것>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양비론 또는 회색지대라고 비판할 사람들을 비웃으며 글을 시작한다.
"기대가 되지 않는다."
박근혜씨가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서강대 동문회는 공개 지지를 했고(당시 이종욱 총장이 소수의 학생들 앞에서 자화자찬과 함께 박근혜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던 기억이 난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었지만...), 소수의 졸업생 동문들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지를 했던 사람들에게도, 반대를 했던 사람들에게도 각기 저 마다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녀를 반대했다. 나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의 근거는 그녀의 태도였다.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 부끄러움 없는 태도. 그 유치함. 그 편협함. 그 오만함.
대선 토론에서 "제가 대통령이었으면 진작 했어요. 그래서 제가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녜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나는 그녀를 반대했다. 그러나 그녀는 대통령이 되었고, 난 기대가 되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자로 눈을 돌린다: "기대가 되지 않는다."
'지지 여부를 떠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정치적으로 매우 올바른 말 따위는 남들이 해줄테니, 난 그냥 솔직한 심경을 밝힌다.
그동안 그의 언행과 토론에 임하는 태도를 지켜본 봐, 추측하건대 윤석열은 사법고시 합격 후에 제대로 책 한 권을 안 읽어봤을 것이다. 그는 그의 자랑스러운(?) 모교 서울대가 추천하는 필독서 100권 중 10권도 안 읽었을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란 것은 아마도 검사로서의 조직 생활, 검찰 수사, 법률 적용과 관련된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지금껏 터득한 그 지식들을 만고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리영희 선생이 마주 앉았다던 D 검사가 떠오른다.
윤석열은 반지성적이다. 그는 그 어떤 사물, 사건, 사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자기 확신에 매몰된 채,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른 자들의 태도는 대부분 비슷하다.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 부끄러움 없는 태도. 그 유치함. 그 편협함. 그 오만함.
'나의 예상이 틀렸기를 바란다.' 따위의 어설픈 보험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대한민국은 망했어.'와 같은 자포자기도 옳지 못하리라. 단지 개인 윤석열의 대통령직 직무 수행 능력을 기대하지 않을 뿐이다. 현재 Powerball 총 상금이 $288M 이다. 차라리 이를 기대해 본다.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오늘도 난 나의 삶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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