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6일 일요일

(독서) NYPL Korean Book Club 01.2022: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by 신형철

  뉴욕 공공 도서관 한국어 북 클럽 01. 2022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by 신형철

 문학 평론가 신형철의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슬픔이라는 주제, 슬픔을 공부(해야)하는 슬픔에 대한 글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빛깔을 발하고 있다.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슬픔(1부), 소설(2부), 사회(3부), 시(4부), 문화(5부). 그리고 각각의 주제를 하나로 묶어내는 힘은 글에 드러나는 작가의 진솔함에 있다. 
 
 나는 사실 신형철이라는 비평가/작가를 잘 모른다. 이는 아마도 부끄러운 고백일 것이다. 대학 시절 읽었던 많은 시집들, 도서관 한 쪽의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고서 읽던 문학 잡지들로부터 멀어진 지 오래되었다. 그러니 나는 그의 글을 잘 모르고, 따라서 그를 잘 모른다.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읽고 쓰는 문자의 교체로 이어져 버렸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핑계를 대보지만, 전적으로 나의 게으름 때문임을 알고 있다. 늦었지만 이번 기회에 그의 글을 읽으며, 그 안의 진솔함을 발견한다. 

 작가 신형철의 글들은 겸손하고 조용하지만, 맞서 일어서야 할 때는 누구보다 단호한 목소리를 낸다. 개인적으로는 문학, 특히 시에 관한 글들이 가장 좋았지만, 세상과 그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그 속에 녹아있는 연민과 애정, 부끄러움과 연대의 마음을 읽으며 작가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다음 글들을 통해 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 결과물은 언제나 아름답다. 다른 시에서는 하나 있을까 말까 한 놀라운 직유들을 그는 어린아이가 과자를 흘리듯이 한 편의 시 안에 아무렇게나 흩뿌려놓는다. 그가 제아무리 헌신적으로 타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인다 해도 그의 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고 존경하기만 했을 것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말에 질색하고 시에서 그 가치를 수상쩍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그들이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얻은 것들에 조금도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시는 세계와 싸울 때조차도, 아름다움을 위해, 아름다움과 함께 싸워야 한다. (pp.301-302, 시의 천사-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

 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이 말에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해왔고 내 말이 글에 가까워지기를 소망해왔다. (pp.429-430, 문학에 적대적인 세계 .)

 책에 대한 약간의 투정을 부려본다면, 짧은 호흡의 글들이 산만한 인상을 준다는 정도다. 글 모음 책이 갖는 형식의 한계이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 오히려 신형철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그와 마주 앉아 그의 글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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