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Last Night> by 제임스 설터(James Salter)/박상미 역 |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가 글을 쓴다면 이런 질감일까? 아니. 반대로 제임스 설터가 그림을 그렸다면 호퍼의 작품과 비슷한 색감을 품었을까?
삶은 건조하고, 빛 속에 어둠이 있다. 삶은 생소하지만 피할 수 없고, 필연과 우연은 겹쳐져 있다. 사랑은 한 발자국, 때로는 한 뼘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떠나간다.
- 봐요, 저녁 할 수 있어요?
- 아, 달링, 그가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당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약혼했어.
- 그렇군요. 축하해요. 그녀가 말했다. 몰랐어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말이었다.
- 정말 잘됐네요. 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를 보고 웃었지만, 그 웃음은 알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는 오랜 커플처럼 그녀와 나란히 클락스에 걸어 들어가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
(...)
그는 그의 인생 한가운데 거대한 방을 가득 채웠던 사랑을 생각했고, 다시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길 위에서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pp.178-179, 플라자 호텔 中.)
건조한 필체로 삶을 관조하는 작가들이 있다. 제임스 설터는 그의 짧은 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삶, 그 은밀한 구석을 들여다 본다. 주변의 삶에 관여하지 않은 채, 대상들과 거리를 둔 채, 그렇게 그는 우리 모두의 뒷모습을 포착한다. 담담하게 삶을 바라본 다는 것은 그 뒷모습 의 순간들마저 사랑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남성적이고 건조한 문체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그의 글은 섬세하다. 마치 호퍼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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