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용한 삶을 원했다. 어지럽지 않은 세상이기를 바랐다. 어렸다. 어려운 일을 바랐으니 그리 말할 수 있으리라. 어렸다고. 이제는 '모두가 세상을 책임질 필요가 있을까?'라는 짧은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어간다. 길지 않은 생을 살아오며 세상에 내놓은 건 거의 없지만, 이제야 고작 한 움큼의 지각을 얻은 기분이 든다. 따뜻한 냉소라 할 수 있을까? 타고난 천성을 반할 수는 없는 일이고, 조금도 세상을 냉소하지 않는 인간은 도대체가 믿을 수 없는 인간이리라. 그런 인간은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을 응시하는 완전한 비관론자가 아니라면 필시 유치한 인간일 테니 말이다.
2. 모든 변화는 익숙한 것들의 뒤틀림과 그에 대한 의심, 안일한 확신이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을 동반한다.
3. 메마른 새벽 공기에 목이 말랐다. 모른 척 다시 잠에 들고 싶었지만 오늘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새벽 잠에서 깬 후 바라본 이불은 평평하고 하찮은 무게로 나를 덮고 있었다. 내 삶이 저러하다. 하찮은 삶도 무게가 있다. 그리고 그 안은 따뜻했다.
4. 너를 꼭 안은 채 세상에 뛰어들었다 믿었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네가 나를 안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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