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8일 월요일

삼남매


아버지는 내 동생을 부를 때 '선희(막내 고모님)야'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나도 내 딸을 부를 때 종종 '주현아'라고 한다. 막내 여동생은 딸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딸이 막내 여동생 같은 것인지? 아무튼 내 동생은 삼남매 중 막내다. 나는 많은 가족들에게 불행의 씨앗이 되는 중간이고, 형은 모든 부모들의 실험대상인 첫째로 태어났다. 우리는 삼남매다.

형은 서울에 있고, 동생은 파리에 있고, 나는 뉴욕에 있다. 흔치않게도 우리 삼남매는 같은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서로 다른 전공을 택하였고 (희한하게도 동생의 제 2 전공은 나의 전공과, 나의 제 2 전공은 형의 전공과 겹친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삶을 살고 있으며, 서로 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테지만, 우리는 삼남매다.

형과 나는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지만, 종종 듣는 형의 생각들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동생은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 늘 고맙다.

형은 나에게 오락실을 소개해 주었고, 동생은 나에게 사회학을 소개해 주었고, 나는 동생을 철학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형은 나에게 그리니에의 소설을 이야기 하고, 동생은 내게 아비투스 개념을 설명해주고, 나는 이 둘에게 조카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렇다. 결국 내가 가장 많은 것을 이루었다.

4살과 2살. 이 둘은 서로 간식을 나눠먹는다. 이 둘은 남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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