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1일 수요일

(독서) 소년이 온다 by 한강

<소년이 온다> by 한강

 한강 작가의 책을 읽었다. 그녀가 쓴 <채식주의자>를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같은 작가의 책을 이렇게 빨리 집어 들 줄은 몰랐다. (이건 아마존 킨들 덕분인가?) 

 작가 한강의 글은 특이하다. 중간 중간 그녀는 시를 쓴다. 등장 인물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 보던 그녀의 시선이 어느 순간 강렬하게 그 안을 파헤친다. 긴장된 순간과 겹쳐진 그 글들이 어느새 부드럽게 흘러간다. 내 개인적인 취향과는 별개로 역시 그녀의 글은 매력적이다. 

 한국에서 자라고, 교육 받은 사람이라면 5.18 광주를 모를 리 없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걸까? 어느 순간 그 당연한 사실들과 이해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는 부끄러워야 한다. 
 영혼과 살을 내주고 피를 흘리며 떠나간 사람들, 살아남은 사람들, 기억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에게 막연히 고마움을 표하고 매해 5.18 추모 행사를 열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교과서에 담긴 몇 장의 사진이, 그 아래 쓰여진 몇 줄이 그들을 대신해선 안 된다. 사람은 사람을 죽인다.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 걸 봤는데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떨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해졌다. 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벌써 그럴 수 있습니까. (p.109)

 영웅이라 칭송받기를 원한 적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위로와 고마움을 원한 적 없는 사람들은 유족이 되어 남은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 이들을 모독했다면, 우리 모두는 분노해야 마땅하다. 이는 지극히 당연해야 한다. 

 광주는 그 품 안으로 폭력을 끌어안았다. 그것만이 살길이었다는 듯이. 그렇기에 이제는 우리가 광주를 품어야 한다. 그것만이 그들을 되살릴 수 있다는 듯이. 

 언젠가 이 소설의 영문 번역서 <Human Acts>를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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