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5일 일요일

(독서) NYPL Korean Book Club 7-8. 2021: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The Middle Passage by 제임스 홀리스 저 / 김현철 역

 뉴욕 공공 도서관 한국어 북 클럽 7-8. 2021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The Middle Passage>
 by 제임스 홀리스 (James Hollis) 저 / 김현철 역

이 책은 융 심리학 /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저자가 '중간항로'라 명명한 2차 성인기를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책에서 다루는 융 심리학 개념들은 생소하지만, 이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예시를 통해 책의 내용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원래의 자기감을 어떻게 습득했을까? 중간항로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삶의 변화들은 무엇일까? 자기감을 어떻게 재정립할 수 있을까?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개성화individuation 개념과 우리의 타인을 향한 헌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개성화를 이루고 중간항로를 지나 어두운 숲에서 의미 있는 삶으로 이동하려면 어떤 태도와 행동변화가 필요할까? (p.14)

"자아(ego) - 자기(자기원형; archetype of self) - 개성화(individuation)" 개념은 프로이트의 "이드 - 자아 - 초자아"라는 도식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는 듯 하며, 주체로서의 개인에게 더욱 초점을 맞춘 듯 하다.

  • 개인의 성장 - 부모/사회와의 관계 - 결혼 - 일 - 문학 - 고독/죽음

저자는 솔직한 태도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위의 주제들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뉴욕 양키스 중견수의 꿈은 그를 떠나버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지속적으로 두 권의 책과 한편의 드라마를 떠올렸다.

1.<말>,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by 사르트르

광대 놀이에 지쳐버린 사르트르의 유년기는 얼마나 처절하고 모욕적이었나? 그렇기에 그는 실존주의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불쾌한 개념을 세상에 내놓았는지도 모른다. 반면 이 책의 저자는 보다 친절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다가서는 미덕을 보인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순화된 버젼의 실존주의라 할 수 있다. (물론 사르트르는 무의식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2.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보다 더 자식/부모 사이의 콤플렉스를 잘 (매우 잔인하고 선정적으로) 극화한 영상물은 본 적이 없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주술적 사고 & 영웅적 사고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이를 극복한 (-하려 노력한) 이들은 간신히 살아남거나, 멋지게(?) 죽는 장면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허무하거나 급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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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심리학과 그 개념들은 내게 매우 생소하기에 적절한 비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해본다.:

저자가 바라보는 개인의 여정이 지나치게 목적론적이고, 이를 설명하는 개념 틀이 너무 크고 포괄적이어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개인에게는 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마치 근대를 벗어나지 못한 주체를 중세 시대에 되돌려 놓는 것 같다. 저자는 중간항로라는 개념이 "연대기적 사건이라기보다는 심리적 경험"(p.40) 이라 설명하지만, 그 심리적 여정이 지나치게 환원적이라는 것이다. 주체 - 세계의 지나친 분화가 오히려 주체를 구속한다. 물론 이에 대해 저자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신이 스스로 충분히 발달해야 한다. 이는 개성화가 지닌 역설이다 (...) 따라서 개성화에 대한 관심은 자기도취가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고 타인의 개성화를 지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pp. 227-228)

헤겔 식으로 말하자면 개별과 보편의 내적 통일, 즉 자유라고 말할 것이다. 주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저자는 우리 시대의 신화로서의 개성화를 (p. 223)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가 사용하는 개념 틀의 환원론적 성격이다. 지나친 설명력은 구조적 폐쇄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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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주제였고, 처음 접해보는 장르였다. (독서 모임의 장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황동규 시인이 만들어낸 "홀로움"이라는 단어. 

중간 항로를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어울리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홀로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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