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5일 월요일

(독서) 채식주의자 by 한강

채식주의자 by 한강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천천히 4시간 정도 읽었다. 역시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은 아니었다. 문장들 속에 새겨진 영상들은 강렬했으며, 등장 인물들은 어둡고, 끈적이며, 아름답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지는 강렬한 영상들은 넘쳐 흐르지 않았고, 등장 인물들은 낯설지 않았기에, <채식주의자>는 분명 좋은 소설이다. 

자신의 몸과 기억에 새겨진 폭력, 이에 답하기 위한 선언/폭력: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영혜의 선언/폭력은 본래 그녀 자신 만을 향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영혜는 그 누구에게도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것은 철저히 '비폭력적인 폭력'이다. 그러나 그녀를 이해하고자 -적어도 시도/노력- 하는 사람은 그녀의 폭력을 마주하고, 이에 반응한다. 예술적 영감과 자유를 향해 치닫기도, 또는 자기 삶의 내면으로 침잠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녀의 비폭력적 폭력은 이를 마주하고 이해하려 하는 타인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폭력의 본질은 객체를 물화(reification)의 과정 속에 강제한다는 것이다. 즉 주체는 대상을 철저히 장악한다. 영혜의 양 팔을 잡으라 명령하고, 강제로 입을 벌리고자 한다. 반면 영혜의 폭력은 이러한 억압을 거부한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갈망하라." "자유로워라."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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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은 아니다. 읽다가 덮어둔 <모비딕>을 다시 꺼내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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