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마시지도 않던 커피가 이제는 나의 일상에서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 새롭고 다양한 커피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뉴욕의 커피는 젊고 경쾌하다. 평생을 한 가게에서 일해 온 바리스타 할아버지께서 내려주시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는 없지만, 밝은 인사를 건내는 바리스타 청년이 있다. - 그리고 그는 자꾸만 우유 종료를 고르라고 한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 모두가 분주한 아침시간, 스타벅스 옆의 작은 커피가게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도 경쾌하다. 그러나 나는 한층 더 여유롭다. 그 이유인 즉슨.
Nespresso!!!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알록달록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커피 캡슐들이 가득했던 플라스틱 통이 마냥 좋았지만, 이제는 겨우 세 가지 색의 캡슐들로 가득차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캡슐 3 종류: 검정, 보라, 회색. 분리수거 걱정까지 덜어주고 있으니 아침의 커피 한잔이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 없다. 에스프레소 한잔에 약간의 우유를 넣은 "마이끌식 코르타도" 한잔이 아침을 풍요롭게 한다.
내 바로 앞자리에는 여전히 손으로 먹는게 더 편하다고 찡찡거리는 꼬마 녀석이 앉아 있다. 이 녀석 바로 옆에는 등교 준비로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있는 숙녀가 있다. 가끔은 꼬마 녀석을 다그치기도 하고, 그게 서러운 녀석은 삐쳐서 입을 삐죽거린다. 바쁘게 아침식사를 마친 숙녀는 녀석에게 말한다.
"빨리 먹고 양치질 해야해. 안 그러면 벌레 생긴다."
오늘 아침 숙녀와 꼬마가 입을 옷을 신경써서 집어든다. 거실 한켠에 각자의 옷을 놓는다. 이를 닦고 시원해진 입으로 바람을 불며 달려온 두 녀석은 이제 혼자서도 옷을 잘 입는다. 숙녀는 가방을, 꼬마는 장난감을 챙긴다. 나는 녀석들에게 외투를 꺼내주기 전에 오늘의 날씨를 살펴본다. 화창한 가을아침이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들에 꼬마 녀석은 한껏 신날테다.
"Our" Playground, Forest Hills, New York |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집에 와서 "마이끌식 코르타도" 한잔 더 마셔야 겠다.'
캡슐 커피가 있어서 다행인 가을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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