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6일 화요일

미당(未堂)의 언어

雨中有題

신라의 어느 사내 진땀 흘리며
계집과 수풀에서 그 짓 하고 있다가
떠러지는 홍시에 마음이 쏠려
또그르르 그만 그리로 굴러가버리듯
나도 이젠 고로초롬만 살았으면 싶어라

쏘내기 속 청솔 방울
약으로 보고 있다가
어쩌면 고로초롬은 될법도 해라


추운 겨울, 이불 속을 따뜻하게 데우며 미당(未堂) 서정주의 소리를 들여다 본다. 
그의 언어는 아득히 깊은데, 그의 삶은 부끄럽고, 그의 눈길은 이렇게나 맑은데, 그의 뒷모습은 구부져있다. 마음 놓아 좋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의 시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그의 언어를 살며시 엿보며,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
아름답고 유약하다. 
순수하고 부정하다. 
사랑스럽고 수치스럽다. 
세상이 무서워 고개를 이불 속에 파묻고 있는 미당의 떨리는 뒷 모습을 상상한다. 타고난 재주를 담아내지 못하는 그의 불안한 심성을 탓한다. 

아. 하나의 삶도 헤아릴 길 없이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