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Grand Cahier + La Preuve + Le Troisième Mensonge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by 아고타 크리스토프(Ágota Kristóf) / 용경식 역 |
쌍둥이 형제는 친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잔인하다. '선-악'/'미-추'는 그들 행위의 동기가 아니다.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단지 그 뿐이다. 타자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외면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행한다. 그 어떤 망설임도 미동도 없이 행한다. 응답하는 자! 그것이 그들의 윤리다.
우리가 말했다.
"우리는 결코 후회 같은 건 안 해요. 게다가 후회할 게 아무것도 없어요."
긴 침묵 끝에 신부가 말했다.
"나는 창문을 통해서 다 보았다. 그 빵 한 조각, 하지만 벌을 내리는 일은 하느님의 몫이다. 너희가 그분을 대신할 권리는 없는 거야."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내가 너희를 위해 축복을 빌어도 좋겠니?"
"좋을 대로 하세요." (p.147)
루카스가 물었다.
"처형 때도 입회하셨어요?"
"아니야. 그는 내게 입회해달라고 했지만, 난 거절했지. 자네는 내가 겁이 많다고 생각하지?"
"글쎄요, 하지만 당신을 이해합니다."
"자네 같으면 입회했겠나?"
"그가 내게 부탁했다면, 그럼요, 했을 겁니다." (p.352)
세상 모든 것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진실은 거짓 위에 발을 딛고, 거짓은 진실을 내뱉는다. 그렇게 현실의 결핍을 환상 속 과잉으로 뒤덮는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두 형제의 존재는 그들이 나눠가진 이름처럼 '우리'로 분화되지만, 동시에 '나'이기도 하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현실처럼, 그 둘은 떨어질 수 없다. 존재의 결여, 견딜 수 없는 고독. 그렇기에 그들은 환상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내 형제가 웃었다.
"나 때문이라고? 너도 잘 알잖아, 나는 단지 꿈일 뿐이라는 걸. 그걸 받아들여야 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어디에도." (p.443)
이 모든 것은 거짓말에 불과했다. 내가 이 도시에서 할머니 집에 살 때, 분명히 나 혼자였고, 참을 수 없는 외로움 때문에 둘, 즉 내 형제와 나라는 우리를 상상해왔음을 잘 알고 있다. (p.452)
나는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전에 머릿속으로 루카스에게 말했다. 그것은 내가 몇 년 전부터 해온 버릇이었다. 내가 그에게 하는 말은 거의 습관적으로 하는 똑같은 말들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다는 것, 그는 운이 좋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의 처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나는 그가 더 좋은 처지에 있고, 나는 너무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인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무의미하고, 착오이고, 무한한 고통이며, 비-신(非-神)의 악의가 만들어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명품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p.545)
삶의 이면이 곧 삶 자체일 때가 있다.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삶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작가의 숙명이었고, 그녀가 창조한 작품 속 쌍둥이 형제는 그 과업을 온몸으로 견뎌냈다.
매우 좋은 소설이다. 꾸미지 않은 문장과 담담한 시선이 두 형제, 클라우스와 루카스를 향한다. 그들이 행한 폭력과 애정이 그러하듯, 작가의 문장은 그 무엇도 과장하지 않는다. 거짓은 거짓인 채로, 진실은 진실이 채로, 그녀는 그저 글을 썼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동화책을 썼다면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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