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4일 화요일

New York City 3: A Guide

<뉴욕에 관한 여행책자들은 많다. 그리고 뉴욕여행에 관한 블로그 자료들도 많다. 그래서 내가 이 곳에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뉴욕의 여러 모습들과 그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기억들이다.>

Sakura Park, New York, NY

Sakura Park in Morningside Heights

아이들과의 추억이 있는 장소. 그리고 내 아이의 첫 번째 친구가 생긴 곳. 아이와 모래성을 만들고, 물놀이를 하고, 나무에 오르고, 뜀박질을 하고, 또 가끔은 걱정하는 마음에 아이를 큰 소리로 혼냈던 장소. 내 첫 째 아이는 모든 종류의 탈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이 공원의 놀이터 앞을 지나가는 2층 버스를 매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Friendship of Y & E in Sakura Park, New York, NY

놀이터 바로 앞 도로 건너 편으로는 General Grant National Memorial이 있다. 이 앞으로는 큰 나무가 길 양쪽으로 대략 30미터 정도 나란히 서있는데, 그 풍경이 매우 단정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 주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현장, 또는 늘씬한 몸매를 한 모델들의 화보촬영을 종종 볼 수 있다. 언젠가 한번은 50-60년대 배경의 드라마였는지, 놀이터 앞 도로에 생전 처음 보는 옛날 자동차들을 주차해놓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조용하던 동네가 조금은 소란스러워졌고, 길거리에서는 무전기를 든 사람들이 길을 통제하곤 했는데, 이 동네에서 1년만 살아도 이런 정도의 불편함은 쉽게 익숙해진다. 사실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이 뉴욕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한 첫번 째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공중화장실 찾기의 어려움, 이전에는 들어 본 적 없는 Train Traffic이라는 개념, 갑자기 선로를 바꾸는 지하철 등이 있다.)

이 공원(Sakura Park) 안에는 오래되고 낡은 자그마한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두개의 그네, 거북이 모양 분수대, 그리고 나무로 만든 커다란 모래상자가 전부다. 그래도 이 좁은 놀이터 안에 벤치는 충분히 있어서 부모들에게는 꽤나 인기가 있는 장소다. 여름이 다가오고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면 모래상자 안의 모래들은 온전히 제자리에 있기가 어렵다. 아이들 중 누군가가 모래를 다른 곳으로 퍼나르기 시작하면, 언제나 한명 두명 동참하는 녀석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을이 되고 아이들의 발길이 뜸해질 때 즈음, 공원관리자는 황금빛 모래로 작은 언덕을 옆에 만들고서는 때마침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바구니를 선물하고 아이들과 함께 내년 여름에 가지고 놀 모래를 상자에 채워넣는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볼 수 있는 봄도 좋지만, 이 공원은 가을이 되어야 자신의 매력을 자세히 보여주곤 했다. 낙옆들이 깔린 풀밭에 누워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조용한 시간을 선사한다. 낙옆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풀밭 한쪽에 허리가 조금 굽어있는 나무를 볼 수 있다. 가을이 되어 색이 바랜 잎들을 붙들고 있는 나무의 주름들이 선명하게 보일 때면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굽어진 허리가 아이들에게는 의자가 되어준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이 나무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서로 깔깔거리며 30분은 족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동네에서 처음 사귀게 된 가족 -내 아이의 첫번 째 친구 가족- 이 다시 그들의 나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도 우리는 마지막 시간을 이 공원에서 함께 하며, 우리 모두가 이 곳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이터의 모래상자, 풀밭, 등이 굽은 나무, 덩그러니 서 있는 이름 모를 사람의 동상, 한가로운 벤치들. 어떤 대상을 우리가 추억하고 또 그리워하는 것은 아마도 그에 대한 우리의 선명했던 기억이 점점 흐려질 때에, 그래서 그 틈마다 지금껏 지나쳐온 시간들에 대한 또 다른 기억들이 스며들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아이는 그녀가 세상에서 만난 첫 친구를 평생 기억할 수 있을까? 비록 내 아이의 기억 속에서 그 친구의 모습이 잊힌다해도, 내가 앞으로 내 아이와 함께 만들게 될 이야기 속에 그 친구의 손에서 느꼈던 온기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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