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일 금요일

대기 순번.

느즈막히 대학교에 입학할 때도 대기번호을 받았다. 몇번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난 번호를 받아들고 기다렸다.

2015년도 박사과정에 지원했던 때에도 대학원들 중에 나를 대기순번에 올려놓은 곳이 있었다. 학부에 입학할 때와는 다르게 번호는 없었지만, 대충 10명 정도를 순번에 올려 놓은 듯 했다. 4월 15일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지루했다.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책을 한 줄도 읽지 못했다. 그리고 반갑지 않은 메일을 한 교수로부터 받았다. 구구절절. 위로와 응원의 말. You should be proud of yourself....blah blah blah.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하고, 남들에게는 이해를 구했다.

그 후로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할지는 알고 있었지만,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 화내기에도,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쏟아내기에도 애매한 나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멈췄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나를 던졌다. 난 그래서 이제 어떤 대기 순번을 받아들었을까?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없는, 남들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 대기순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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